아이가 싫어하는 놀이를 다루는 부모의 자세와 교육적 접근법
모든 아이가 모든 놀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특정 놀이를 지속적으로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 단순한 취향의 차이를 넘어서 심리적 요인이 작용할 수도 있으며 교육적으로도 다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아이가 싫어하는 놀이를 부모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어떤 태도로 대화를 시도해야 하는지, 그리고 놀이를 교육의 관점에서 재해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안내해 드립니다.
놀이 거부, 단순한 취향일까요?
아이마다 선호하는 놀이가 다르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어떤 아이는 신체 활동 중심의 놀이를 즐기는 반면, 다른 아이는 조용히 앉아 조작하는 블록이나 그림 그리기를 선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 놀이에 대한 지속적인 거부가 반복된다면 단순한 취향의 문제인지, 혹은 그 속에 숨어 있는 심리적 요인이 있는지 세심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역할놀이를 유독 꺼리는 아이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 타인의 감정을 읽거나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거나, 자신의 감정을 투영해 대화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협동놀이를 싫어하는 아이는 타인과의 상호작용 자체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으며 이는 사회성의 초기 발달 지표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아이가 특정 놀이를 거부하는 이유가 단순히 지루해서가 아니라, 실패 경험이나 부정적 기억 때문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전에 같은 놀이를 하다가 혼나거나 친구와 다툰 경험이 있었다면, 아이는 그 놀이 자체를 불편한 감정과 연결해 기억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아이는 "그건 재미없어"라는 말로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싫어하는 놀이가 있다면 단순히 "이건 좋은 놀이야, 해야 해"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에 있는 아이의 감정과 경험을 공감하고 탐색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아이가 싫어하는 놀이를 다루는 5가지 접근법
아이의 놀이 거부 반응을 건강하게 받아들이면서도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아이의 감정 언어화 돕기
아이가 특정 놀이를 싫어할 때, "왜 싫어?"라는 직접적인 질문보다 "이 놀이를 하면 어떤 기분이 드니?"와 같이 감정을 묻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도록 도우면 놀이에 대한 접근이 한층 유연해질 수 있습니다.
② 놀이 방식의 변형
싫어하는 놀이도 약간의 변형을 통해 거부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술래잡기를 싫어하는 아이라면 경쟁 요소를 뺀 '동물 흉내 내기' 식의 역할 놀이로 전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놀이 자체보다 놀이 속 구조가 문제일 수 있습니다.
③ 다른 놀이와 연결 짓기
아이의 선호 놀이와 싫어하는 놀이를 연결해 주는 방식도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블록을 좋아하지만 인형놀이를 싫어하는 아이라면, 블록으로 인형의 집을 함께 만들며 자연스럽게 역할놀이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④ 부모가 먼저 참여하고 보여주기
아이의 놀이 참여를 유도하려면 부모가 먼저 즐거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는 부모의 표정과 태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부모가 먼저 놀이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이면 흥미가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⑤ 놀이를 통한 역기능 정서 해소
아이가 싫어하는 놀이를 통해 오히려 억눌린 감정을 해소할 수도 있습니다. 놀이 치료에서 활용하는 방법처럼, 아이가 거부하는 주제의 놀이 속에서 감정을 표현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 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놀이에 대한 강요보다 해석과 확장의 기회로
놀이에 대한 아이의 거부는 결코 ‘문제 행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아이의 현재 정서 상태와 발달 단계, 그리고 이전의 놀이 경험이 반영된 하나의 표현 방식입니다. 따라서 부모는 이를 억누르기보다 해석의 기회로 삼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도구로 활용해야 합니다. 아이와 놀이를 함께 하는 것은 단순한 시간 보내기를 넘어, 아이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싫어하는 놀이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아이의 성향과 감정을 읽을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교육적 효과를 지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모는 완벽한 교사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입니다. 아이의 놀이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싫어하는 놀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하고 연결해 주는 태도는 아이의 정서적 유연성과 사회성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놀이의 양보다 질이며, 놀이의 내용보다 아이의 감정과 연결되는 방식입니다. 싫어하는 놀이도 상황에 따라 긍정적인 경험으로 재구성될 수 있으며, 부모의 민감한 반응과 일관된 태도는 그러한 변화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될 것입니다.